구술기록

사라진 집결지를 기억하는 사람들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장소에 존재했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는 침묵과 망각의 기억들이 쌓여 있다. 2021년 5월 31일 이후  집결지의 모습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점차 사라져 갈 것이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그곳에 대한 기억은 말이 되고 기록이 되어 역사로 남아야 할 때이다. 

수원 시민의 기억 

"친구가 니네 집 근처는 경찰차가 왜 이렇게 많냐고 물어봤어요"   

서울에서 친구가 집에 놀러 왔는데 집이 세류동이니까 수원역을 지나쳐서 우리 집을 가는데 친구가 하는 말이 “여기 수원역부터 너네 집 근처는 경찰차가 왜 이렇게 많아?”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친구 동네 놀러갔는데 cctv가 그냥 곳곳에 있을 뿐 경찰차가 없는 거야 근데 우리는 순찰차가 항상 24시간 돌고....(노0혜, 20대 여)

성매매경험 당사자 여성의 기억 

"진작 철거되었음 더 빨리 인간답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2008년부터 철거 소리는 들렸어. 그 때 철거되었음 더 좋았겠다 싶어. 그때 철거되었고 지금처럼 지원이 있었다면, 내가 더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었을 거 같아서. 지금은 나이가 더 들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선택지가 없잖아. 진작 철거되었으면 여기에만 지금까지 파묻혀 지내지 않았을 거 같아. 인간답게 더 빨리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짐승처럼 먹고 자고만 했잖아. 행위만 하는 곳이었으니까. 짐승이랑 똑같아. 주인(업주)들은 사람 가리지 말라고 만원만 받고도 하라고 했으니까.

수원여성인권돋음 활동가의 기억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여태까지 이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집결지 관련 기사가 언론에서 업주들이 자정 노력을 하면서 은하수마을로 이름도 바꾸고 잠정 폐쇄하고 정비 사업도 추진된다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때 ‘수원역 집창촌도 끝이네.’ 혹은 ‘역사 속으로’ 같은 댓글이 되게 눈에 띄더라고요. 근데 제가 느꼈던 감정은 정반대였어요. 저는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 가장 먼저 생각했죠. 여태까지 우리는 지금 이 시작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나가서 언니들을 만나고 실태 조사를 하고 했던 그 긴 시간이 지금 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됐고 지금은 좀 잔상이 많이 남아 있어요.